우-워어어어
2008/04/10 00:27
어느 어린날의 추운 겨울,
엄마가 누나 주려고 꽃장식 달린 빨간 덧버신을 사온적이 있다.
난 그게 제사때만 신는 용품인줄 알고 별 관심을 안가졌었다.
그렇게 잊고있던 어느날 저녁,
TV에서 스파이더맨 장난감 광고를 보았고 그 멋진 빨간 덧버신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 졸고 있는 누나의 발에서 덧버신을 벗긴 후 빨간 내복과 함께 착용했다.
그리고 챡 달라붙는 푹신한 촉감에 믿을수 없다는 듯 행복해서 창문을 열고 한참을 매달려 있었다.
이게 바로 9살의 익스트림스포츠.
누나가 낮 잠 자는 동안 새로 샀다는 미제연필 한타스를 훔치기로 했다.
교묘하게 옷장에 숨긴걸 알고 있었다.
눈와는 옷장 문 앞에서 지키고 자고 있었다.
옷장문을 힘들게 열고 연필뭉치를 손에 쥐려는 순간 타르륵 소리와 함께 연필들이 떨어졌고
그 중 한개가 누나의 볼에 뺑뺑이처럼 꽃혀버렸다.
당시 미제연필은 끝이 깎인채 생산 되었다.
'악' 하며 놀라 꿈틀거리는 소리가 났고 난 이미 내 방에서 자는척 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한국 최초의 중학생 투명인간이다.
전교생 앞에서 태진아 성대모사 및 태진아 춤 및 태진아 메들리로 여러분의 사랑을 받았던적이 있다.
누가 시킨게 아니라,
교장 훈시가 끝나자마자 내가 '쿠오오' 표효하며 단상위에 달려 올라가서 그냥 했다.
같은반 OO군이 나보다 태진아 흉내를 더 잘낸다는 수군거림에
순간 질투에 불타서 저질렀던 일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 저 편에서는 공공군을 이미 오리지날로 인정하고 있었다.
무려 고교때의 유치한 명성을 기억하며.
콧털을 정리해야만 하는 여자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껏 사귀었던 여자들과 나의 누나들 모두
눈꼽끼고 널부러진 모습 많이 봤지만 콧털 삐져나온 사람은 없었다.
청순한 얼굴에 콧수염이 좀 거뭇해서 항상 코 밑을 손으로 가리고 다니던 여자애 기억은 생생하다.
비디오방이 마악 등장한 시기였는데,
가봤냐며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자는척 하면서 나한테 우웅하고 안기더니
능동적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키스한 그 애의 전공은 첼로였다.
여성의 콧털은 아직 내가 취약하기만한 장르.
22살, 대학로에서.
콧털 털 털.. 생각하다보니 작은 누나 등엔 털이 많구나.
어릴때는 내가 바야바 언니 등짝에 손을 넣어서 막 쥐어 뜯어내기도 했다.
산소 잡초 뜯듯이.
내 첫번째 여자친구는 겨털 공장이었다.
2년을 사귀는 동안,
한달에 한번씩 에스테틱 살롱에서 오피셜한 겨털 제모를 할때는
겨드랑이가 헐크꺼 같이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제모제 부작용으로 모공 한개에서 두가닥 두꺼운 털들이 나던 불쌍한 경우.
매월 1회 전문가의 간지러운 손길이 필요하다더니,
헤어지고 졸업 후 몇년 뒤 샴푸광고에 출연한걸 보았다.
어쩌나, 내 기억속엔 그녀의 겨털만이.
우-워어어어
우 우우-
워 어 어어-